[의원칼럼-통합진보당 오병윤의원]“法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國民이 만든다”
이번엔 총 19개의 법안을 심의하는데 특히 눈길이 가는 법안이 있었다. 바로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법률개정안’이다.
지난 3개월간 매주 의원실을 방문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부도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들이었다. 그들은 충남 공주, 강원 태백과 정선, 전남 무안 등에서 비가 오고, 날이 추워도 어김없이 나를 찾아왔다.
공공임대라도 민간건설사에서 고의 혹은 재정상의 이유로 부도가 발생하면 임차인은 속수무책이다. 자신의 임대보증금을 그냥 빼앗길 처지에 놓인다. 지난 2009년 특별법이 시행되어 일부가 구제됐지만 적용대상을 한시적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특별법 개정안은 한시적 규정을 없애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건설사의 횡포로 아무런 잘못없는 임차인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발의됐다. 찾아온 임차인들은 억울하고, 어려운 처지임에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떻게든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다짐을 하고 법안소위에 참석했다.
개정안은 2개가 상정됐다. 하나는 새누리당, 다른 하나는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지도 않은 민생법안인데다, 여야의원이 나란히 발의했기 때문에 통과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정작 법안심사에 들어가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토부가 강하게 반대했지만 이는 예상된 일이었다.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법안을 발의한 양당 의원들이 국토부 입장에 대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법안을 직접 대표발의한 여당의 모의원은 자리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혼자 국토해양부 입장에 조목조목 반박도 해보고, 임차인의 억울함에 대해 호소도 해봤지만 결국 아무 소용없었다. 법안은 결국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허탈한 마음을 넘어서서 국토부와 여야의원들의 모습에 화도 났다.
법안소위를 마치고 의원실에 임차인들이 찾아왔다. 침통한 분위기였다. 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매번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들은 법안 계류 소식에 고개를 떨구었고, 낙담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임차인들은 이틀 후에 열릴 전체 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난 그러겠다고 대답했지만 법안소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이 전체 회의에서 통과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었다.
임차인들이 돌아간 후에 난 국토해양부 관계자를 직접 불러 법개정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밖에도 여러 노력을 진행했지만 법안통과는 어려워보였다.
11월 15일, 국토해양위원회 제6차 위원회가 개최됐다.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법안소위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수정안을 제출하고 결국 표결까지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나 역시 고무되어 이에 적극 동참했다. 표결할 때는 여당 의원들까지 찬성하면서 결국 특별법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어떻게 된 걸까’ 워낙 순식간에 진행되어 기뻐할 겨를도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법안통과 소식을 듣고 회의실까지 찾아오신 임차인들을 만나고 나서다.
단 하루 동안 임차인들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법안소위에서 보류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야의원을 만나 호소하고 또 호소한 것이다. 결국 이법은 그들이 직접 만들고 직접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를 했다. 코끝에 찡한 감정이 느껴왔다. ‘아, 법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구나!’
임차인들은 초선의원인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줬다. 법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들이 만든다. 법이 국민이 만든다는 진리는 비록 혼자 힘으로는 법안 발의조차 할 수 없는 소수정당 의원인 내게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점을 다시한번 인식시켜 줬다.
이제 특별법은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거쳐야 한다. 여전히 국토부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임차인들의 희망이 꺾이질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