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도 아니고 정부가 보복성 테러를...
지방중소건설사, 기재부 탁상정책의 표본인 입찰제도 개선안에 ‘분노’
2012-05-21 오세원
아니, 기재부 입찰제도 개정에 단단히 뿔났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운찰제’ 해소를 위한다며 100억~300억원 사이 적격심사낙찰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전국설명회를 한 후 시범사업 발주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해 오는 9월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지역 중소건설업계는 작년에 최저가낙찰제 확대가 유예된 것에 대한 보복이라며 기재부가 양아치(깡패)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강력 저항하고 있다.
기재부안에 따르면 낙찰하한율(예정가격의 80%)을 보장하는 현행 적격심사입찰제를 최저가실행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제한적 최저가낙찰방식으로 변경하고, 공사실적·경력기술자 등 공사수행능력 평가요소를 강화해 중소업체보다는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로 개편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지방 중소건설사들은 실적보완을 위해 대기업과 손잡고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이럴 경우 대기업에 종속될 우려가 커 대기업을 위한 편파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역 중소건설업계가 이번 입찰제도 개정에 대해 크게 화내는 이유는 지난해 기재부가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2년간 유보하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와 약속했던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국회는 상정된 관련 법안을 폐기하면서까지 정부의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를 수용했다.
국회는 폐기조건으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합동으로 그동안 시행해 온 최저가낙찰제·적격심사제 등의 성과를 조사·분석하고 그 결과 및 개선방안을 내년 6월까지 국회에 보고토록 했다.
따라서 기재부의 행태는 정확히 약속위반이며 국민을 무시한 행위라고 비난받고 있다.
기재부가 개최할 예정이었던 지역순회설명회도 해당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의 강력한 항의 끝에 무산됐다.
한 지역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입찰제도 개정안을 운찰제 해소를 가장해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하려는 꼼수로 보인다”며 “정부안이 전면 시행될 경우 ‘덤핑입찰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견실한 지역 중소건설업체들의 줄도산이 우려 된다”고 주장했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변별력 강화는 좋은 이야기이지만 시기와 문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사항이다”며 “그러나 기재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초월해 일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재부는 지역설명회 무산에도 불구하고 15건 내외의 시범발주와 보완을 거쳐 9월중 입찰제도 전면 개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지역 중소건설업체간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남양건설 유현 이사는 본지가 실시한 지상좌담회에서 “기재부가 업계 동의 없는 적격심사개선안을 발표하고 전면 시행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지난해 최저가 낙찰제 확대유보에 따른 보복이라는 의심을 살 정도로 건설업계에 또 한 번의 불신을 주고 있다”며 “ 특히 동일공법 및 공종의 시공실적 확대평가 및 경력기술자 확대를 100억~300억 사이의 적격공사에 적용하고 무리한 신용평가등급 격차를 설정하는 것은 다윗에게 골리앗의 갑옷을 입히는 모양과 다를 바 없다”며 기재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 이사는 또한 “기재부의 이번 제도개선 명분이 페이퍼 컴퍼니 퇴출이라면 대상을 바꿔야 한다”며 “지역경제의 허리역할을 하고 있는 능력있고 견실한 중견·중소업체가 타겟이 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건기연 이유섭 선임위원은 “적격심사낙찰제도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변화 및 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건설사업과 같이 수주중심의 산업에서 입찰계약시스템의 운영기준과 절차 등의 개선은 산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므로 산업전반의 이해가 전제될 때 정책개선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수장인 박재완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훌륭한 정책은 책상 위의 제한된 정보가 아닌 현장에서의 고민과 분발에서 나온다”며 “정부는 ‘시장이 원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같은 박재완 장관의 발언과 엇갈린 정책행보에 뭔가 꾀리가 있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