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 환매조건부로 매입한 미분양주택 2천3백세대

2011-10-05     오세원 기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대한주택보증은 2008년 이후 9차례에 걸쳐 모두 15,100세대, 금액으로 2조 3,796억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했다.
대한주택보증은 이중 12,792세대를 다시 민간건설사로 환매했지만, 2,308세대는 환매하지 못해 4,656억원을 환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보증의 대규모 미분양주택 매입으로 인해 해당건설사들은 유동성을 확보했으나, 주택보증은 2010년 1,782억원을 차입하는 등 오히려 유동성 악화 상태에 놓이게 되었고, 3차로 2009년 7월에 화성산업(주)로부터 매입한 275세대의 미분양주택의 경우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158세대가 미환매로 남아 있어 385억원을 환수하지 못했다.
작년 10월에 대우자동차판매(주)로부터 매입한 457세대도 46세대만 환매하였을 뿐 411세대는 아직 미환매로 남아있으며, 우량건설업체인 2010년 시공능력평가순위 4위의 대우건설 238세대, 10위의 두산건설도 아직 403세대가 미환매로 남아 있다.
대한주택보증이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취지로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는 것이라면, 중소업체의 미분양주택을 우선적으로 매입해야함에도 우량건설업체를 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지역별로 미환매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경상북도로 660세대가 아직 미환매주택으로 남아 있으며, 충남 624세대, 대구 547세대, 울산 205세대 등의 순으로 미환매 주택이 남아있다.
특히, 대구광역시의 경우 대한주택보증이 매입한 미분양주택은 1,140세대이지만 이 중 환매한 세대는 593세대에 불과해 48%인 547세대가 아직 미환매 주택으로 남아 있고 미환수 금액은 1,552억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미환매 주택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 지역의 부동산 경기와 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주택 시장을 보면 안 팔리는 주택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7만여가구(‘11.7월 기준)인 상황에서도 집값은 하락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집값 하락 방지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폐지 추진, 부동산 담보대출 권유, 다주택 보유자 세제지원혜택 등 다양한 집값 떠받히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유동성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대한주택보증의 미분양주택 매입도 미분양 주택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는 집값 하락이 당연하기 때문에 이를 매입해 집값 하락을 방지하자는 정부의 집값 떠받히기 정책 중 하나라고 본다.
. 한편, 대한주택보증은 수도권보다 지방미분양 주택을 주로 매입했는데, 이는 수도권 미분양아파트의 경우 건설사들이 자금사정 악화에도 언젠가는 분양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안 팔리면 정부가 사줄 것이라는 배짱이 밑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