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대통령도, 감사원도 “안 무섭다”
2011-09-26 오세원 기자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23일 한국철도시설공단 국정감사에서 “2006년 이후 철도공단 징계자 40명 중 2급 이상 고위직급 수는 21명으로 52.5%에 이른다”고 밝혔다.
고위직급의 기강 해이는 최근 국무총리실이 적발한 두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철도공단이 운영하는 연구원 원장직을 맡고 있는 A모씨는 지난 7월 27일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공직기강 점검에 적발됐다.
업무관련자인 장항선 노선공사 시공회사 전무로부터 같은 해 6월 18일 골프접대를 받은 것이다.
A씨가 접대골프를 즐긴 날은 국토부의 ‘목금 연찬회’가 언론에 공개된 지 사흘 후로,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끓고 있던 때다.
A씨가 라운딩 하기 하루 전날, 이명박 대통령은 전 부처 장·차관 워크숍에서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고…”라고 질책했었다.
당시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비리 발견 시 강한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철도공단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는 B모씨는 한술 더 떴다.
공직기강 확립 발언이 나온 지 불과 한 달만인 7월 17일 업무관련자인 안전펜스 설치업체의 하도급회사 대표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았다.
당시 7월 15일부터 17일은 KTX 열차가 3일 동안 3차례나 멈춰 서 철도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던 때다.
B씨는 지난 7월 국무총리실로부터 3년 전 업무관련자로부터 50만원 상당의 몽블랑만년필과 20만원 상당의 명품넥타이를 수수한 사실도 함께 적발됐다.
문제는 철도공단의 인사처리 절차에서도 발견된다.
공단 측은 총리실, 국토해양부를 거쳐 지난 8월 8일 두 사건을 접수했지만, 2달이 다 되어가는 아직까지 아무런 인사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쯤 인사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차명진 의원은 “공무원 기강해이에 대통령부터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데 골프접대를 받고, KTX가 연속으로 고장나 승객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 ‘필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냐?”며 “코레일과 철도공단 통합 얘기가 흘러나오고, 철도공단은 이에 반대한다는데, 행여 ‘부패천국’을 떠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철도공단은 지난 2008년 감사원으로부터 근속승진제에 대해 조직운영 및 인력운영, 인건비 추가소요의 문제점이 있어 폐지 또는 축소하도록 통보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자동근속제도를 폐지, 축소하지 않고 계속 운영했고, 인건비 예산이 부족해지자 정원과 현원 차이에 따른 인건비 예산으로 19억8,200만원을 집행했다가 2010년 8월 재차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