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낙진보다 더 무서운 ‘무사안일’
2011-04-08 임소라 기자
한심하다! 차라리 건설사 설계겸업하는게 그나마 나을듯하다”“일 무지하게 없는 지방에 앉은 건축사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꼴 보니 참 갑갑하다.
당신들은 누구냐? 서울 경기에 자리해서 그나마 수입이 나은 것이냐?”“설계비 정상화에 힘쓰거나, 계획설계비를 미리 협회에서 확보해서 수익을 보장해 주자. 대다수 90%의 건축사 생계를 위해 건축사 1인당 연간 설계 최대 수주량을 정하자. 그래서 설계 부실과 덤핑도 막고 같이 사는 수익구조를 만들어 보자. 협회에서 머 이딴 바람직한 소식은 없고 공제조합? 누구 먹여 살릴려는 수작인지 모르겠네”“연봉 3000만원도 못 챙겨가는 90% 건축사 주머니를 털어서 공제 조합을 만든다고?”지난해 10월 건축사협회 홈페이지에는 건축사협회는 물론 공제조합을 비난하는 항의성 글로 도배됐다.
항의성 글의 골자는 한마디로 “건축사협회가 건축사들의 권익보호나 일거리 창출보다는 쓸데없는 일말 저지르고 있다”는 비난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 지방건축사는 게시판에 “여기는 인구 200만 남짓에 설계사무소는 500곳이 넘는다”며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얼추 건축사사무소 하나당 1,000가구의 시장이 있는 셈이다”고 우선 언급했다.
그러나 이 지방건축사는 이렇게 산술적으로 일거리가 골고루 분배되면 좋지만. 1%의 건축사사무소가 90%를 독차지하고, 나머지 99%의 설계사무소는 10%의 시장을 놓고 박 터지게 싸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거기다가 덤핑설계 남발, 설계비 떼이기 등 업계 현안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뭔 공제조합 설립이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또 다른 건축사는 “공제조합 설립해 90% 해먹는 대형설계사무소들 공신력을 높혀 주겠다는 것이냐”며 건축사협회 행태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불만과 우려를 뒤로 한 채 지난 1월 출자금 10억원으로 출범한 건축사공제조합은 현재 인건비 감당도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크지 않은 출자금 규모도 불안하지만 더 큰 문제는 출자금 규모보다 이용실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자칫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자본잠식을 유발해 출자금을 다 까먹을 수도 있는 위험부담이 큰게 공제사업의 특성이다.
현재 업계에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라는 경쟁력 있는 공제조합이 이미 버티고 있는 만큼 철저한 시장규모분석을 통해 수요와 별도법인 설립의 타당성을 미리 타진해봤어야 한다는 뒤늦은 깨달음이다.
설계업계 다수의 관계자는 “설계시장의 규모가 작고 수요도 많지 않은 만큼 처음에는 협회 내 조직으로 구성했어야 한다”며 “공제라는 것이 말 그대로 출자를 하고 이용을 해야 수익이 창출되는 것인데 단지 보여주기 위한 조직으로 만들어만 놔서는 안된다”는 따끔하게 충고했다.
이는 이용실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출자금 10억에 대한 이자로는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지적이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업계의 가장 큰 이슈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회원들간의 이해관계를 최소화하면서 하나의 중지를 모아 뚜렷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자책했다.
즉, 현재 건축사협회의 의사결정체계가 회장과 위원회, 이사회 간에 서로 책임과 결정을 떠넘기고만 있어 이 세 단계를 거치다보면 아무것도 결정되는 것 없이 안건이 돌고 돌기만 하다가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양상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협회의 신뢰가 떨어져 곤두박질된 상태이다.
협회 다수회원인 소형업체들은 일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 굶기가 일쑤인데 협회는 이에 대한 대책이나 대안마련보다는 엉뚱한 길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건축사협회 관계자는 “협회에 대한 회원들의 불신이 워낙에 커서 협회가 사업을 시작하려고 해도 그에 대한 지원이 없어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