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2%, “지자체 위원회 때문에 인허가 어려웠다”

2010-08-30     오세원 기자
기업 49% “기부채납 등 과도한 요구 받아” #1. A사는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택건설허가를 얻기 위해 4개월동안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자체내에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이 ‘허용된 기준보다 낮은 층수로 주택을 짓자’는 것이다.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도시미관상 낮은 층수가 좋다는 것이다.
결국 4차에 걸친 심의 끝에 A사는 층수제한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A사 관계자는 “지난 4개월간 공사기간 지연으로 80억원의 추가적인 금융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다”며 “허용기준이 있는데도, 공사기간을 끌면서까지 층수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2. B사도 최근 도시계획위원회의 과도한 공공시설 설치 요구로 상당한 손실을 봤다.
B사는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전체 면적의 59%을 주택용지로 계획했으나, 위원회는 9%를 줄이고 이를 공원 및 녹지로 조성해 기부채납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B사는 결국 1,35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게 됐다.
#3. C사는 한 지자체에 설립된 위원회간 견해가 달라 재심의까지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해져 있다.
당초 도시계획위원회는 개발중인 주택용지와 인접 어린이 공원 사이 2차선 도로에 ‘횡단보도대신 육교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육교를 설계에 포함시켜 사업을 진행하던 중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오히려 ‘육교를 제외할 것’을 요구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할 상황이다.
지자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위원회의 권한남용이나 심의지연으로 기업들이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전국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자체의 위원회 운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업체의 절반가량(52.4%)이 ‘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의 애로 정도로는 50.0%의 기업이 ‘사업추진 지연 및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고, ‘사업을 철회했다’(1.0%)는 기업도 있었다.
그리고 ‘사업추진 불편’ 이라는 응답이 49.0%에 달했다.
#4. 중소기업 D사는 최근 5억원 규모의 대형 전광판 설치를 수주 받았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의 광고물관리심의위원회에서 지역 내에 설치된 사례가 없고 안전운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결시켜 급작스레 사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위원회 심의시 가장 불편한 부분으로는 응답자의 35.3%가 ‘개최일자 미준수 등으로 인한 심의 지연’을 꼽았고, 이어서 ‘무리한 내용보완 요구’(32.8%), ‘사업취지 등 의견 진술기회 부족’(15.3%), ‘기부채납 등 요구사항 추가’(13.8%)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기업들의 39.7%는 ‘위원회 안건심의로 6개월 이상을 소요했다’고 응답했고, 이중 일부기업은 공사기간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로 심각한 애로를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5. E사는 교통영향평가심의위원회 1차 심의시 제기사항을 보완해 2차 심의를 신청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1차 심의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의 보완을 요구해 다시 심의를 거쳐야 했다.
결국 4차에 걸친 심의과정에서 사업이 4개월 지연됐다.
회사 관계자는 “이로 인한 금융비용 및 지체보상금으로 7억원 가량이 들었다”고 말했다.
위원회 운영과 관련, 기업들이 느끼는 문제점으로는 기업의 46.7%가 ‘운영이나 심의기준 불명확’이라고 답했고 이어 ‘회의결과 비공개 등 투명성 부족’(36.9%), ‘위원들의 전문성 부족’(9.3%), ‘의사결정 원칙(다수결) 미준수’(5.0%) 등을 들었다.
위원회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개선과제를 5점 척도(매우시급 5점∼시급하지 않다 1점)로 측정한 결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회의록 공개’가 3.92점, ‘인허가 여부의 조속한 결정을 위한 심의기한 명시’ 3.83점, ‘부당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절차 등 권리구제수단 마련’ 3.83점, ‘규정에 따른 개최일정 준수’ 3.78점,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세부기준 마련’ 3.75점 등으로 나타났다.
박종남 대한상의 상무는 “최근 대규모 개발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인허가 지연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도 원인중의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업 인허가 심의의 전문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도입된 위원회가 오히려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례가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