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업 발목잡는 불합리한 “규제 많아”
2010-08-16 오세원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2일 발표한 ‘2010년 기업활동관련 저해규제 개혁과제’를 통해 “우리 경제성장의 추진동력은 활발한 기업경영활동에 달려 있다”며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현실에 맞게 폐지하거나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개혁과제는 금년 2월, 전경련이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해 발굴된 규제사례 300여건 중에서 수차례에 걸친 업계검토회의를 통해 선정한 토지, 건설, 공정거래 등 9개 분야 182개 규제개혁과제를 담고 있다.
전경련은 182개 과제중에서 ▲규제준수에 과도한 비용이 유발되는 규제 ▲준수가능성이 낮은 비현실적인 규제 ▲규제기준이 불합리한 규제 ▲신규사업 및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법령 개정 또는 법령간 상충으로 사업확장을 어렵게 하는 규제 ▲중복 및 차별규제 등 개선이 시급한 6개 유형의 30개 규제를 ‘2010년 최우선 규제개혁과제 30選으로 뽑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산업현장에 남아있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된다”며 “기업의 경영여건이 향상되어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0년 기업활동관련 저해규제 개혁과제‘의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허가비용’전경련은 “각종 불합리한 검사규정이나 인·허가 절차 때문에 과도한 준수비용이 유발되어 기업경영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경우가 있다.
”고 밝혔다.
햄, 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A사는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제품과 주요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는 ‘마늘햄’, ‘양파햄’, 치즈햄’ 등을 개발해 출시했다.
A사의 제품들은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므로 위생과 안전규격이 모두 동일하지만, 축산물 가공품의 품질검사는 개별 품목별로 실시해야 한다는 축산물가공처리법의 규정 때문에 자가품질검사를 각각 시행해야 하며, 약 120여개의 자사품목에 대해 연간 4억 4,8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개별 품목별 검사를 햄, 소시지 등 유형별 검사로 전환하게 되면, A사의 경우 약 4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축산물가공처리법 상 검사기준을 품목별에서 유형별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B이동통신사는 지난해 농어촌지역에 통신용 전주를 설치하기 위해 1,043건의 농지전용 및 산지전용허가를 받는데만 총 11억 4100만원을 지출했다.
70만원 상당의 통신용 전주 1개를 설치하기 위해 1㎡의 농지 또는 임야를 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설계도서 및 인·허가취득 용역비로 140만원, 경계측량 및 분할 측량비로 60만원 등 200만원 정도가 들어가 공사비 보다 인·허가비용이 3배 가량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농어촌 지역의 통신용 전주설치는 농어민과 통행인의 통신편의를 위한 공익적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농지 및 산지 전용허가 대상에서 통신용 철탑시설을 제외한다면 농어촌 지역의 통신 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도둑보다 도둑맞은 사람이 더 잘못이다?’ 불합리한 규제기준으로 인해 기업들이 부당한 책임을 지고 있거나, 새로운 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
2008년 1월, 비닐하우스 단지 밑을 통과하는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 송유관에 구멍을 뚫다 화재가 나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송유관을 운영하는 D사는 송유관 파손으로 기름이 유출되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상받기는 커녕 기름 유출로 인한 토양오염을 복구할 것을 지방환경청으로부터 요구받았다.
토양환경보전법에는 제3자에 의해 송유관이 손괴되어 석유가 유출되더라도 송유관 운영자가 토양오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D사는 ▲토양오염 조사비 3,500만원 ▲토양오염 복구비 8,300만원 ▲시설 복구비 2,000만원 등 총 1억 3,800만원을 복구작업에 지출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석유 도난사고 뿐만 아니라 건설공사과정에서 시공사의 과실로 송유관이 파손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송유관 파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건설 시공사 등 사고의 원인제공자가 1차적인 책임을 부담하되, 직접 원인자가 배상할 능력이 없어 책임질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자체 등이 2차적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분등록 공장의 옥상에서는 태양광 발전사업 할 수 없어’E사는 금년 5월, 부분가동중인 약 20,000㎡ 부지의 자사 LCD공장 옥상을 이용해 1.2MW급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기 위해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게 될 F사, 건축·시공을 담당하게 될 G사와 제3자 협약을 체결한 후, 발전사업 신청서를 관할 지자체에 접수했다.
그러나 해당 지자체는 E사의 공장이 부분가동중이나 공장설립이 완료되지 않았기에 산업집적법 상 공장옥상을 임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F사 명의의 발전사업 신청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E사의 LCD공장은 부분등록하여 사용중인 상태로 단계별 라인을 설치한 후 2012년에 공장설립 완료신고를 할 예정이고, E사가 직접 발전사업을 하는 것은 정관의 변경, 타 업종 진입에 따른 기존 사업자들과의 마찰 등 제약요소가 많아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정부의 그린에너지 정책 등 대체 에너지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최근 추세를 감안할 때, 부분 사용 중인 공장 옥상을 임대하여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장 설립신고의 완료여부가 공장옥상의 활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부분등록해 운영 중인 공장 옥상을 태양광 발전사업에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를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시설이 아무리 낡아도 보수공사 조차 못하는 LPG충전소‘ 법령 개정으로 시설이 노후화된 LPG충전소의 안전과 고객편의를 위한 보수공사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구에 위치한 C사의 LPG충전소는 ‘80년대 신축 당시에는 준공업지역에 속했으나, 20년 전에 충전소 주변에 주택들의 입지가 늘어나면서 일반 주거지역으로 변경되었다.
최근 들어 차량이 점차 대형화되어 주유소의 기존 캐노피 천장과의 접촉사고가 빈번하고, 주유시설과 편의시설이 낡아 안전상 문제와 고객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국토계획법에서는 주거지역안에 있는 LPG충전소는 안전상 이유로 시설개축이나 보수조차 허용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경련은 이에 대해 “안전을 위한다는 주거지역내 LPG충전소 건축불가 규정이 획일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기존 충전소의 보수·증축도 제한되어 오히려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이미 주거지역안에 있는 LPG충전소의 경우 노후 설비의 개·보수를 허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