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레일웨이 ‘횡포’에 공정위 ‘철퇴’ 사건의 전모는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시정명령·과징금 4억 부과 철도 분기기 시장서 경쟁사업자 사업활동·시장 진입 방해

2024-05-22     오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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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건설뉴스]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 방해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 최초의 사례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22일 삼표레일웨이㈜가 ‘철도 분기기’ 시장에서 경쟁사업자인 ㈜세안의 분기기 원재료 구매를 방해하고, 경쟁사업자가 국가철도공단(이하 ‘공단’)에 분기기의 성능검증을 신청하자 성능검증 심의에 개입해 절차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철도 분기기는 열차를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전환하기 위해 궤도상에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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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레일웨이는 철도 분기기 시장에서 점유율이 100%에 가까운 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세안이 분기기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자 시장 진입을 방지 또는 지연시켜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견고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표레일웨이가 세안의 시장 진입 대응을 위해 작성한 내부문서에서 ‘경쟁사 진입 방지를 위하여’, ‘현장부설시험 장기화’, ‘시장 방어’, ‘경쟁사 견제 목적’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16년 세안이 분기기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망간크로싱, 특수레일(‘70S 레일’) 등 부품 제조업체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려고 하자 각 부품 제조업체들에 세안과 거래하지 말도록 강요하거나 또는 유인하여 세안의 사업활동을 방해했다. 가령, 망간크로싱과 관련해 삼표레일웨이는 공급업체로 하여금 세안에 어떠한 부품도 공급하지 아니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Mr. ○ from Sampyo is putting very high pressure on me to stop any possible component going into SEAN Inc.”, 공급업체가 세안에 보낸 전자메일 발췌)

또한, 망간크로싱 구매를 방해받은 세안이 대체부품인 합금강크로싱을 개발한 후 합금강크로싱 분기기를 제조, 2018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로서 공단에 성능검증을 신청하자, 삼표레일웨이는 성능검증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해 세안의 분기기 성능검증을 지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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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성능검증 심의를 지연시키는 과정에서, 삼표레일웨이는 공단 외부 사무실에 혼자 근무하는 공단 직원의 PC를 통해 비공개 정보인 성능검증 심의위원 명단, 심의안건 등 자료 200여 건을 부당하게 입수했으며, 이를 토대로 세안의 분기기에 문제가 있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작성하여 심의위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해 심의의 공정성, 독립성을 훼손했다.

이러한 행위로 인해 후발주자인 세안은 망간크로싱 분기기를 통한 시장 진입을 포기했으며, 부득이하게 합금강크로싱 분기기를 자체 개발해 약 4년 뒤에야 겨우 분기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세안의 시장 진입이 지연되는 동안 삼표레일웨이는 자신의 독점 상태를 유지했으며 이는 가격 경쟁, 품질향상 지연 등의 경쟁제한 효과를 유발했다.

즉, 세안의 시장 진입 전인 2019년까지 삼표레일웨이 및 삼표그룹 계열회사인 ㈜베스트엔지니어링의 점유율 합계가 100%에 해당하며, 철도시설의 건설 및 관리 주체인 공단에 따르면, 분기기 시장은 공급자가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등 가격경쟁이 결여된 시장형태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삼표레일웨이의 행위가 ▲정당한 이유없이 원재료(부품) 공급자로 하여금 다른 사업자에게 원재료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강제 또는 유인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세안)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원재료 구매를 방해하는 행위 ▲새로운 경쟁사업자(세안)의 신규진입에 필요한 소정의 절차의 이행을 부당한 방법으로 어렵게 하여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시장참가를 부당하게 방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조치는 장기간 경쟁이 결여된 독점 시장에서 독점 사업자가 경쟁사업자의 진입 자체를 방해해 자사의 독점력을 견고히 한 뒤 시장가격을 통제하여 이익을 극대화한 행위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분기기 시장 내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공정한 경쟁 여건을 조성했다는 점과, 특히 새로운 경쟁사업자의 참가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한 최초의 사례로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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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삼표레일웨이가 공단의 성능검증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공단 시스템에 접속해 비공개 정보를 열람하고 심의위원들에게 왜곡된 의견을 전달하여 정부(공공기관) 제도의 운영에 혼란을 야기한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조치로서도 의미가 크다.

한편, 철도교통은 국민 누구나 이용하는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며 철도 분기구간에서 탈선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도 분기기 제품의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조치는 분기기 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하여 분기기의 품질 향상, 혁신 촉진 등을 일으킴으로써 철도이용객들의 안전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특히 독점이 장기화·고착화된 시장에서 사업자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철도 분기기 시장 규모 = 국내 철도 분기기 시장(이하 ‘분기기 시장’)은 연 500∼600억원 규모로, 2020년 세안의 시장 진입 전까지 삼표레일웨이 및 계열회사님 베스트엔지니어링이 시장을 독점했다.

/출처=공정위

철도산업 특성상 분기기 시장은 2016∼2022년의 경우 관수(官需) 비중이 약 77.5% 규모로 매우 높으며, 주로 공단 등 발주처의 입찰 절차를 거쳐 거래가 이루어진다.

국가철도공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민·관 수요처들은 국가철도공단의 성능검증을 통과한 분기기만을 구매하고 있어, 분기기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국가철도공단의 성능검증 통과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