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난립”…윗사람 헛기침, 건설단체 ‘구조조정’ 신호탄(?)

2010-05-14     기획취재팀
해당단체, 국토해양부 움직임 레이더망 본격 가동최근 들어 성격이 유사한 건설관련 단체 통폐합에 대한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건설관련 단체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오마이건설뉴스는 이와 관련 지난 2008년 100大 건설업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설관련 단체들의 통폐합의 시급성’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 미분양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무슨 건설단체가 이렇게 많냐”고 말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확대 보도되면서 건설경기 및 주택·부동산경기 침체와 맞물려 또 다시 건설단체 통폐합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우선 이 같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적에 대해 한 건설단체 고위 관계자는 “(진위를 확인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시절 인연이 있는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의 최근 동향을 묻자, 한 참석자가 ‘김중겸 사장은 현재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고 보고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여기 말고 건설단체가 여러 곳 있죠’라고 말한 것이 와전, 확대된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단체 관계자들은 이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가벼운 언급이 건설관련 단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까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 관료조직 습성상 윗사람 헛기침에 아래 사람들이 알아서 기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단체들은 해당부처인 국토해양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군소 건설단체 ‘난립’…건설종사자 10명중 ‘8명’지난 2008년 본지가 100대 건설업체 종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10명중 8명이 건설관련 단체가 “너무 많다”고 답했다.
이 부분이 건설관련 단체의 규모 축소나 통폐합이 강하게 추진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건설단체들은 업역 또는 대·중·소업체간 정쟁의 최일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현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권홍사)에 소속된 건설관련 단체 숫자만 18개에 이른다.
여기에 건설산업기본법 등에서 법적으로 정해 설립근거를 갖고 있는 법정단체와 사업자의 친목이나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조직된 민간단체들을 포함할 경우 정확히 조사된 통계자료는 없으나 그 숫자는 40여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애초 건설관련 단체들은 관련 업종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회원사 간 교류를 통한 공동 발전이란 명분으로 출발했지만, 관(官) 개입, 즉 건설산업기본법 등 각종 법령의 제·개정, 그리고 건설산업 업역의 분화 등에 따라 점차 세분화되고 조직이 분할(分割)되면서 상당히 많은 협회·단체들이 활동중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들은 연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회비를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기능이 유사한 단체를 통폐합해 회비 등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사기능 통폐합…회비부담 ‘가중’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언급한 말이 사실이든 와전되었든 간에 늦었지만 기능 및 업무가 중복된 건설관련 단체의 구조조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단체 통폐합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대형건설사 A사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여러 단체에 가입되어 있다”며 “가입단체들이 유사단체에도 불구하고 의무가입 성격이 강해 회비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B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의 경우 한해 수억원씩 가입단체에 회비를 납부해도 표시가 나지 않지만 중견사의 경우 부담이 크다”며 “협회를 통합해 회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업계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한, 협회나 단체의 존립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관련 협회간 업무의 중복성이 있거나 이중적인 가입을 강요하는 등의 폐해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관련 협회, 단체의 서비스 개선과 통폐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통폐합 방법에 대해서는 업계의 회비부담 경감 차원에서 유사기능 및 중복기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C사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단순히 회비 부담 보다는 건설관련 협회·단체의 중복적인 업무 수행이 가장 문제다”며 “관련 단체나 해당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더 이상 업계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기존 협회, 단체는 조직을 늘리는데 치우칠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전문 영역을 확대하고, 보다 공고히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해당부처 인사적체用…통폐합의 최대 ‘걸림돌’건설 관련 협회에는 국토해양부 출신 퇴직 공무원들이 없는 곳이 없다.
산하 기관 및 단체들은 감독기관인 국토해양부 인사적체 해소용이다.
뿐만 아니라, 명예퇴직 공무원들의 안식처로 인식되고 있다.
통폐합할 경우 그만큼 갈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통폐합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해당부처가 오히려 망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단체를 놓고 고위 명예퇴직자간 자리다툼까지 벌어진다는 촌극까지 연출되고 있다.
그렇다고 낙하산 인사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부 단체들은 이들 퇴직 공무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협회 등 이익단체로 들어가 업계의 정책이나 제도 건의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업계 사람을 후배 공무원에게 연결시켜준다.
상·하관계가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사무관일 때 과장으로, 과장일 때 국장으로 모시던 선배가 밥 한 끼 먹자는데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의 경우 임원 8명중 4명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 있다.
이들 4명으로 인해 전문건설공제조합 토박이 직원들이 인사(人事) 피해를 보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협회의 경우 정책 및 제도 업무를 맡고 있어 퇴직공무원 출신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금융업무의 성격이 강한 조합의 경우 불필요한 존재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단체의 경우 실장(1급, 8명)과 본부장(2명)이 모두 구)건설교통부 출신 퇴직자들로 채워져 있다.
낙하산으로 재취업한 고위공무원들은 대부분 감독기관에 대한 방패막이나 예산을 따오는 로비스트용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알려지며, 산하단체에 대해서 퇴직 후 일정기간 취업을 금지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통폐합의 성공여부는 관련법 개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의 의지와 관련 단체간 심도 있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관련 업계 및 단체를 중심으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의 역할 부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