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표류하는 리모델링

2010-03-30     어혜원 기자
2005년 기준 통계청에 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재고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53%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해 기준 15년 이상 경과아파트가 300만호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2008년 아파트 주거환경 통계에 따르면 오는 2015년에는 500만호를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점진적으로 노후화 될 것이고, 이미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는 유지·관리 및 재건축 정책만 있고,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 정책은 없어 노후화 주택을 위한 관리 정책은 아주 미비한 상황이다.
새로 부셔서 짓기만 하는 것이 묘안인 지금의 주택정책은 MB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녹색성장과는 배치가 된다.
수직증축 허용, 전용면적 30% 증축 탄력운용, 일반분양 허용, 전담부서 구성 등 노후 건물 지진에 ‘무방비’…처방은 ‘리모델링’ 리모델링은 기존 골조를 보존한 상태에서 공사하고, 구조보강 등의 구조안전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기존 골조를 활용하므로 폐기물 발생량이 적어 환경친화적 건축을 추구할 수 있다.
또, 기존수준의 용적률을 유지하면서 커뮤니티 공간과 지하주차장 및 녹지공간 확보하고, 보행자와 차량동선을 분리해 단지내 교통사고 위험을 예방하게 한다.
최근 ‘재건축연한 기준완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고정균 도시관리부위원장은 “지난 1982년 이후 1991년 준공된 서울시 아파트의 내진설계 비율이 33%에 불과하다”며 국내 내진설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정부 역시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후 건물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는데 동감하고 있다.
10억 투자시 18.4명 일자리 창출리모델링은 신축하는 주택들과 더불어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 할 수 있다.
10억 투자시 18.4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현재 리모델링 사업 추진중인 87개단지 5만 5,000가구가 동시에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14만 7,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또, 건축폐기물 발생을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억제하고, 건축물 성능향상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성을 본다면, 국가 총 에너지 97%를 수입하고 있는 현 실정에 국가적 정책으로 필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에는 170여개 단지 12만 3,000세대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87개 단지 5만 5,000세대가 사업자 선정이 완료돤 상태이고, 준공 및 착공 단지는 10개 단지 1,038세대에 불과하다.
170여개 단치 사업추진…실적 “단 10개 단지 뿐”이렇듯 풍부한 잠재수요는 있지만 리모델링이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현행 리모델링 정책에 있다.
리모델링은 주택정책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소극적이고 부분적인 제도개선만 이루어져 왔다.
또 재건축 정책의 방향에 따라 부침된데다 관련법들간의 상충이 있으면 유권해석이 혼란을 가져와 비전과 방향성을 잡기 힘들었다.
한편,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지난해부터 9월 5일을 ‘리모델링의 날’로 제정하고, 법규 제도개선 추진계획에 노력하고 있다.
규제완화가 가능하게 된다면 1기 신도시의 리모델링 사업은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동주택 노후화 문제는 앞으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정책입안자의 인식전환과 풍부한 잠재수요를 갖고 있는 리모델링 시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제도개선 외치는 ‘1기 신도시 입주자들’제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 ‘안양시 평촌’, ‘부천시 중동’, ‘고양시 일산’, ‘군포시 산본’ 등 5개 도시에는 29만2,000가구가 들어서 있다.
지난 1992년 입주해 현재 완공 15년 이상이 된 제 1기 신도시아파트들은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중 분당, 평촌, 중동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추진연합회’를 구성, 리모델링 추진에 적극적이다.
리모델링을 요구하면서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입주민들은 분당의 한솔마을 5단지 등 7개 단지를 비롯해 평촌의 목련 2·3단지 등 4개단지, 중동의 반달마을 등 총 1만5,000가구가 넘는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유동규 회장은 “외국의 경우 맨션관리법이라는 노후된 주택에 대한 관련법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노후화 아파트의 관리정책이 전무한 실정이다”며 리모델링 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 회장은 또 “우리나라 아파트 수명은 약 22.2년으로 일본과 유럽 등의 평균수명 80~120년에 비해 10분의1 수준이고, 만약 아파트수명을 30%만 연장해도 510조가 절약된다는 보고서가 제출된 바 있다”며 “이는 아파트 관리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리모델링이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는 조합원들의 지출비용, 즉 돈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현행 관련법상 일반분양분이 있는 재건축과는 달리 리모델링은 100% 조합원이 부담한다.
유 회장은 “리모델링 사업의 활성화는 무엇보다 제도개선에 있다”며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수직증축’에 있다”고 말했다.
수직증축을 10%해서 일반분양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조합원의 부담금이 20~30%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건물 층수를 높이면 앞뒤로 건물을 확장할 필요없이 가구별로 평면도를 늘릴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인 평면설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직증축이 허용될지는 아직 장담하기 힘들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신민수 차장은 “리모델링이란 주거환경개선이라는 취지가 부합되어야 한다”면서 일반분양을 위한 수직증축에 대한 의견에 다소 다른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리모델링활성화를 위해 세제적 완화나 안전진단 문제 등은 개선이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중 20평 미만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이 70%이상이다”며 “현행 전용면적 30%증축을 20평 미만 소형평형에 한해 탄력적으로 운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40평은 리모델링 후 52평을 받게 되고, 10평은 리모델링후 13평 집을 받게 돼, 상대적으로 소형평형은 리모델링시 혜택에 빛을 보지 못한다.
현재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소형평형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자는 내용과 기존세대수의 10분의1 이내에서 세대수를 증축시키는 내용의 법안이 민주당 조정식 의원의 대표발의로 지난 26일 입법한 상태다.
유 회장은 “소형평형이 리모델링시 혜택을 받게 된다면 소형평형의 수요가 늘어나게 돼 건설사들도 소형평형을 많이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서민주택들이 주거안정 될 수 있는 계기가 돼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노후연한(40년)이 되지 않아 재건축도 안 되고, 리모델링을 대안으로 생각하지만 팍팍한 제도 앞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 회장은 “서울에는 뉴타운과 보금자리주택을 짓는데 한창이다.
시간이 갈수록 자족기능은 없는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입지를 잃게 돼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다”며 “수직증축 허용, 전용면적 30%증축 탄력운용 외에도 일반분양 허용과 국토해양부 內 리모델링 전담부서의 구성 등 세부적 지침들의 필요성 또한 지속적으로 국회에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