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시참제 부활이다’ vs ‘아니다’… “甲論乙駁”

2010-03-12     어혜원 기자
전문업역, “다단계 근원 차단, 임금체불 우려 원천봉쇄” 건설노조, “건설근로자 복지문제 다시금 도태 우려” 심규범 박사, 불법 하도급 폐해 재발 우려…相生여건 조성 필요지난해 말 ‘건설노무제공자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건설노무제공자제도란, 2008년 폐지된 ‘시공참여자제도(이하 시참제)’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관련 업역간 갑론을박(甲論乙駁)이다.
시참제는 전문건설업체(하수급인)가 건설현장 팀장(시공참여자)에게 도급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로써,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사고를 계기로 부실시공에서 벗어나고자 지난 1997년 도입됐다.
하지만, 시참자에게 도급을 주면서 쓴 약정서에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계약 및 보험 등을 시참자가 책임지도록 되어 있어 건설근로자는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곤 했다.
또한 1차 하도급을 받은 시참자가 재하도급을 줌으로써 다단계 하도급 합법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그 폐단의 심각성을 느끼고, 2003년부터 논의하기 시작해 ‘先폐지 後보완’의 수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2008년 시참제는 본격 폐지했다.
현재, 관련 업역간 건설노무제공자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과거 사라진 ‘시참제의 부활’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업계의 의견이 분분한 상태이다.
전문업역 입장전문건설업계는 시참제가 폐지되면서 최저가 하도급을 받는데다, 업체간 출혈경쟁에 따른 공사원가상승 부담까지 안게 되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시참제도의 옳고 그름이나 폐지의 당위성 등에 대해 올바른 평가도 받지 못한 채 폐지됐다며 건설노무제공자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건설노조연맹은 노무제공자제도의 도입에 대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만연시키고 건설근로자들에 대한 복지문제가 다시금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문건설업계 및 관련협회는 건설노조에서 주장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그 당위성을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다.
우선, 체불임금 문제 원천봉쇄이다.
노무제공자(팀장)가 사용한 근로자의 체불임금은 전문업자가 연대책임지도록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원천적으로 보장되어 이를 문제시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이다.
이에 전문건설업자는 노무제공자와 1차에 한해, 노무제공자는 다시 노무제공자에게 재하도급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해 다단계 근원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또, 근로자들 복지수준 저하문제이다.
건설업 임시직 해소문제는 노무제공자제도나 직접고용제도 모두 공사기간만 채용하게 되는 임시직이므로 차이점이 없다고 보며 어느 업종보다 수주산업, 계절적 산업인 건설산업은 고용 유연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전문건설협회 이서구 정책실장은 “4大보험문제(산재, 고용보험)는 제도 도입후에도 전문건설업자가 법적인 의무자로 그대로 유지할 것이므로 노무제공자 부담이 아니라며 무관하다”며 “덧붙여 건강보험과 연금은 전문건설업자의 책임으로 특례로서 후속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건설업계 및 관련협회는 이 제도는 숙련되고 검증된 근로자를 능률적으로 사용해 품질향상과 능률제고를 실현하게 돼 부실공사 예방을 위해 효과적인 제도라고 부연 설명했다.
건산연 심규범 연구위원 연구 보고서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김흥수)이 최근 ‘건설노무제공자 도입 요구와 건설산업의 지속가능한 상생방안 모색’ 보고서를 통해 “건설노무제공자제도가 도입될 경우 건설 현장에 다단계 하도급의 폐해가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건산연 심규범 연구위원은 “건설노무제공자란 2008년에 폐지된 시공참여자와 유사한 내용으로서 도입에 앞서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연구위원은 “시공참여자제도는 부실시공을 근절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97년에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다단계 도급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면서,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2003년 시공참여자제도에 관한 연구용역을 통해 ‘선 폐지 후 보완’ 방향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폐지된 제도”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공참여자제도는 부실시공을 근절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97년에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다단계 도급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 연구위원은 “2008년 시공참여자제가 폐지된 이후 현장의 고용계약 관행이 늘고 사회보험 관리가 강화되는 등 긍정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연구위원은 “시공참여자의 폐지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와는 별개로 직접시공의 여건(인센티브 부여·적정공사비의 확보·고용 비용 경감·행정 부담 경감 등)은 여전히 미흡함에 따라 건설노무제공자제도의 도입이 요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심 연구위원은 “이처럼 다단계 하도급 폐해의 재발이 우려되는 건설노무제공자제도의 도입보다는, 모든 구성원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직접시공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심 연구위원은 “즉, 건설산업 본연의 위상을 확립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구성원 모두의 상생을 위해서는 모두가 공멸하는 시공참여자의 재도입이 아니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직접 시공 여건의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심 연구위원이 제시하는 해법의 핵심은 ‘적정 공사비의 확보’. 심 연구위원은 “공공공사의 적정 노무비 확보 사례로서 미국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노무비를 조사하여 공표하고 공공발주자가 이를 계상하면 건설업자가 이를 삭감하지 못하는 prevailing wage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것이 건설업계 전체의 파이를 키워 구성원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심 연구위원은 “그 외에도 직접 시공 요소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고용관리책임자에 대한 지원 강화, 건설고용보험카드의 확대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