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는 나는데 물증이 없다!

2009-09-11     박기태 기자
설계기술력 제고 등 건설기술 발전과 공공사업의 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턴키입찰 공사가 기술력 제고라는 당초의 목적보다는 대형건설사들의 입찰담합으로 인한 높은 낙찰율 때문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국가예산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해양위원회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이 국토해양부 산하 도로공사, 철도시설공단, 수자원공사의 최근 3년간 입찰방식별 평균 낙찰율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턴키입찰의 평균 낙찰율은 93.32%로 최저가입찰(70.81%), 적격심사방식(81.48%)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같은 기간 턴키입찰 공사의 입찰내역을 보면 최고 입찰가와 최저 입찰가가 단 1%도 차이가 나지 않는 공사가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공사가 발주한 담양~성산간 고속도로 확장공사의 경우 담합 의혹이 짙은 6공구는 낙찰율이 89.61%에 이르는 반면 4, 5, 10공구는 낙찰율이 각각 54%, 67.9%, 5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냉정~부산간 확장공사도 4, 7공구는 낙찰율이 90.8%와 92.5%인 반면에 5, 6공구는 63.3%와 6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발주된 단일공구 최대규모인 동홍천~양양 고속도로 인제터널의 경우에도 5천억 원이 넘는 대형공사임에도 불구하고 입찰참가 3개사의 가격차이는 5억원에 불과했고 낙찰율은 92%를 기록했다.
철도시설공단의 경우에도 성남~여주 복선전철 8공구는 4개사가 참가하여 66.5%에 낙찰된 반면에 5, 6공구는 입찰가격이 0.1%도 차이가 나지 않았고 낙찰율도 각각 94.8%와 94.5%로 나타나는 등 대부분의 턴키입찰에서 담합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시화 멀티테크노밸리 조성공사는 1공구에서 5공구까지가 모두 2천억 원이 넘는 대형공사인데도 불구하고 입찰가격은 불과 몇 십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으며, 올해 실시된 경인 아라뱃길 공사의 입찰도 1공구에서 6공구까지가 모두 89% ±0.2%에서 낙찰이 되었다.
김정권 의원은 “수천억원이 넘는 대형공사에서 입찰가격이 단 몇 십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사전 담합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며 “자료를 보면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 있을 만큼 담합의 증거가 뚜렷한데도 발주청들은 자신들의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공공 부문의 턴키?대안입찰 공사는 총 110건에 계약금액은 총 7조 2036억 원인데 평균 낙찰율은 92.2%로서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의 평균 낙찰율 74.6%에 비해 17.6%p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입찰담합을 방지해 턴키입찰의 낙찰율이 10%만 떨어져도 연간 7천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턴키입찰의 경우 입찰자격사전심사(PQ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업체가 시공능력 최상위 대기업뿐이기 때문에 담합의 여지가 많은 환경”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법규에 입찰담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