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건설산업의 과제와 처한 현실, 그리고 정부에 대한 기대…

2017-07-17     오마이건설뉴스

최근 우리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제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두 과제는 건설산업에서도 현실적 지향점이 되어 정부의 각종 정책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산업이 처한 현실은 이들 과제들을 수행할 환경과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지난 10여년간 영업이익율이 10분의 1수준으로 대폭 감소하였고, 공공공사만을 수행하는 업체수의 약 30%이상이 매년 적자를 보는 현재의 건설업계가 첨단정보산업과의 융합을 위한 기술투자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부담들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발주기관의 설계금액 산정시부터 품셈기준과 제경비율의 과소적용 및 여전히 현실화되지 못한 표준시장단가의 적용, 예정가격 작성단계별 자의적 가격삭감의 관행, 적정공사비 지급을 어렵게 하는 입찰제도에 이르기 까지 눈앞의 공사비 예산절감에만 급급한 공공공사 발주시스템 아래에서 과연 4차 산업혁명과 추가적 인력고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일시적(一時的)인 욕심 때문에 먼 장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당장의 공사비 절감을 위해서 시공품질 저하와 안전사고 및 하자발생 가능성 증가와 함께 건설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무시하는 현재의 공공건설공사 발주시스템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연못을 다 말리더라도 당장 고기를 잡고야 말 것인가? 한계상황에 내몰린 것이 건설산업의 현실이다.

얼마 전 17개 건설단체들이 연명으로 국회와 정부 각 기관에 건설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이러한 건설산업계의 절박한 현실을 표출한 바 있다.

본래 국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은 예산운용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한편으로는 공공조달행정을 통하여 기술투자의 촉진 등 산업의 발전과 경제민주화 등 정부의 경제정책을 구현할 이중적 책임과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발주자로부터 건설공사를 저가로 수주한 건설업체가 품질제고와 안전 및 환경보호를 위한 기술투자를 하고, 자재·장비업체와 근로자에게 지급할 대금과 임금을 자발적으로 적정하게 주도록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가 계약상대자에게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하수급인과 2차·3차협력업체 및 근로자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입법을 신설하고, 그 부담을 계약상대자에게만 지운다면 그러한 법률은 이미 정당성과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의 유용성이 그 자체로 인정받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건설생산의 첫단계인 원도급단계에서 발생한 계약상대자의 수익성 악화가 하수급인과 2, 3차 협력업체와 근로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은 충분히 크다는 점에서 “부(-)의 낙수효과”는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결국 정부실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시장실패로 인한 건설산업의 몰락과 경제적 약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몸소 선량한 경제주체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건설산업에서 기술혁신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목전의 공사비 예산 절감에 급급하여 불공정하게 운용되는 발주제도 전반에 과감한 메스를 들이대고 적정한 대가지급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먼저, 건설산업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듯이 설계금액 산정단계부터 적정한 기준을 적용하고, 일단 산정된 설계금액에 대하여 부당하고 자의적 감액을 근절해야 할 것이며, 지난 10여년간 품셈기준 하향과 표준시장단가 적용으로 공사비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현실을 감안하여 17년간 변함이 없는 적격심사기준 낙찰하한율의 대폭적 상향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최저가낙찰제를 대신하여 건설업체의 종합적 공사수행능력 심사를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여전히 70% 대의 저가낙찰 현장이 발생하는 현 종합심사낙찰제도도 도입취지에 맞게 가격심사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발주자 귀책에 의한 공기연장으로 시공자에게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50여건의 소송이 진행 중에 있는 바, 관련 기준의 조속한 개정도 필요하다.

아무쪼록 공공건설공사를 발주하는 정부도 건설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조류에 건설산업이 제대로 올라타고, 새정부의 정책목표처럼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공공건설 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