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로 전락한 현대건설 ‘토목턴키’
2009-05-12 오세원 기자
실제로 지난해부터 현대건설은 토목공사 턴키ㆍ대안입찰 시장에서 토목공사다운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설계가 5,623억원의 초대형 대안공사인 동홍천~양양간 고속도로 14공구 입찰에서 대우건설에게 쓰라린 패배를 당함으로써 도로부문에서 한건도 수주하지 못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동홍천 14공구 수주실패로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도로공사가 발주한 88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동홍천~양양간 고속도로 등 3건의 턴키ㆍ대안족보에 이름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건설이 토목분야에서 탈진증세를 보이는 등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누구나 넘볼 수 있는 상대로 전락한 느낌이다”고 비꼬았다.
그동안 현대건설은 토목명가로 오랫동안 토목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며 현대건설의 식량창고의 그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토목분야에서 현대건설의 기술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감히 강자의 자리를 넘보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현대건설의 토목사업본부를 바라는 보는 시각은 다르다.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은 물론 토목강자의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동홍천 14공구의 패배는 현대건설 토목부문뿐만 아니라, 현대건설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약 500~600억원의 추가공사비 부담을 감수하고 과설계로 기술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패배함으로써 현대맨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이를 지켜보는 현대건설 출신 원로 선배토목人들 또한 가슴을 쳤을 것이라는 것이 타社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현대건설 출신 토목人은 “故 정주영회장이나 이지송 사장이 현직에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졌으며 아마 담당토목 관계자들은 곡소리가 날 정도로 호통을 맞았을 것이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토목부문의 저조에도 불구하고, 타 분야, 즉 해외플랜트, 건축 등은 승승장구 하고 있다.
과거 토목이 현대건설의 ‘밥 그릇’ 이였다면 지금은 해외공사로 ‘밥 그릇’이 이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건설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사상 최대 규모의 플랜트 공사인 ‘라스라판C 발전담수 프로젝트’ 착공식을 카타르 현지에서 갖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의 착공식에는 김중겸 사장이 직접 참여했으며 총공사비는 20억7,000만 달러 규모이며 한화로 약 2조6,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현대건설은 올들어 지난달 26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실적 19억4,766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 한 관계자는 “해외건설 공사에서 현대건설은 타 건설사들보다 오랜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수익을 내는 유일한 글로벌 건설사이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건축턴키분야에서도 현대건설은 동종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건설 산업계 안팎에서는 최근의 현대건설 토목부문 수주성적표를 통해 토목명가의 몰락을 바라보는 것 같다며 토목명가의 선전을 당부했다.
현대건설 내부에서도 현대건설이 토목 절대강자에서 이제는 (늙은)노쇠한 맹수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기의식마저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