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하자기획소송’ 블루오션으로 떴다
건산연, ‘공동주택 하자 기획 소송의 최근 동향 및 대응 방안’연구보고서에서 분석
[오마이건설뉴스-이운주기자]최근 하자관련 분쟁의 증가와 하자기획소송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공동주택 하자 기획 소송의 최근 동향 및 대응 방안’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하자발생에 따른 하자보수 요구는 정당한 권리행사이지만, 시공기술이나 건자재 품질이 향상된 오늘날에 하자 여부나 권리행사의 범위 및 하자보수비용 규모 등을 둘러싼 갈등이나 이해관계 대립이 과거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성규 건산연 연구위원은 “하자보수나 하자분쟁의 처리와 관한 법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현실에서의 틈새를 파고들어 과대 포장된 경제적 이익을 앞세운 ‘하자기획소송’의 등장은 법적 이익의 보호라는 허울 속에 입주민을 오히려 오도하고 경제적 부담 등의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자기획소송’이란 하자보수 등 권리의 청구보다 손해배상금 등 금전적 이익을 주로 추구하는 일종의 의도된 소송형태다.
즉 입주민의 진정한 이익보다 변호사 자신의 수익극대화에 비중을 둔 ‘위장 기획소송’ 성격의 하자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하자기획소송’은 정확한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법질서 테두리를 오가면서 만들어낸 기형적 소송형태로 입주민들은 사실상 들러리를 설 뿐이고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하자기획소송으로 추정되는 사례들의 공통적 특징은 우선, 하자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최장 10년인 하자보수 의무기간이 끝나기 전에 시행사․시공사를 상대로 하자소송을 제기해 두는 것이 하자보수 요구나 협상에서 입주민에게 유리하다고 변호사(법무법인) 등이 권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체로 준공 후 5년 이상 오래된 아파트 등이 주 대상이다.
이와 함께, 주로 하자보수 소송전문 변호사(법무법인) 등과 법조 브로커 또는 하자진단업체 등이 연계되어 입주민에게 소송을 통한 하자문제처리를 유도 또는 권유하는 이른바 ‘소송영업형’과 ‘종합기획형’ 등이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재판의 준칙이 될 만한 하자판정기준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소송의 결과가 감정인 의견에 좌우되고 있는 판결 경향을 이용해 변호사(법무법인)이나 하자관련 안전진단업체 등이 하자보수비용이나 손해배상금을 부풀리기거나 승소를 장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변호사(법무법인) 등이 입주민의 하자보수나 안전 확보보다 등의 승소 판결금이나 합의금, 손해배상금 등 금전적 이익의 극대화에 비중을 두고 소송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소송구조상 입주민은 하자소송에서 청구가 기각되거나 패소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승소한 경우조차 판결금액이 당초 예상금액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경우가 많지만, 변호사(법무법인)는 수임료 외에도 성공보수 등을 갖는 등 거의 위험부담이 없는 이른바 소송의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하자기획소송의 사회경제적 파장도 크다. 하자소송의 증가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하자소송 전문 변호사(법무법인)의 증가와 비례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아파트 값 하락과 법조인 수 급증에 따른 경쟁심화 및 불황 지속 등이 맞물려 생겨난 결과물로 볼 수도 있다.
하자기획소송의 만연현상은 소송에 따른 경제적 피해 외에도 사업주체와 입주민간의 불신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어 하자보수 등 하자관련 민원의 처리과정에서 당사자 간 대화나 협의보다 감정적 충돌을 앞세우는 등 상당한 부작용마저 동반하고 있다.
하자기획소송을 퇴출시키고 하자관련 분쟁의 합리적 처리를 위해서는 우선, ‘주택법’ 혹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마련된 분쟁당사자간 자율적 해결방법(협의나 하자 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절차 등)을 우선 이용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하자분쟁 관련 당사자 일방이 조정절차의 이용을 원할 경우 그 상대방도 분쟁조정에 응하도록 하는 등 쌍방의 의무로 하는 법령상 보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하자보수의 필요성과 시급성 등을 감안할 때 하자소송의 승소로 입주민들이 수령하게 되는 판결금을 ‘주택법’에 규정된 하자보수보증금 사용용도 제한과 마찬가지로 하자보수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을 ‘주택법’을 비롯해 하자보수 관련 법령 즉, 민법, 집합건물법, ‘건설산업기본법’등에도 명시해야 한다.
또한, 하자기획소송을 막기 위해서는 하자분쟁에 대한 공정성 및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효력을 갖춘 하자판정기준이 제정되어 시행되어야 하며, 법원 판결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례가 축적될 수 있도록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법원의 감정인 지정과 감정의견 청취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실질적인 하자보수보다 금전적 보상을 우선하는 하자기획소송 등으로 인해 보상 위주의 현재 소송 방식은 변질 우려가 높으므로 하자보수라는 본연의 목적을 감안할 때 역무적 이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