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부실 힘겨루기, “삼성건설 vs SK건설”

2009-02-23     박기태 기자
많은 사상자를 낸 판교신도시 공사현장을 둘러싸고 SK건설과 삼성건설의 책임공방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현재(23일)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과 전문가들이 동원 돼 세밀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으나, 해당 시공사들의 책임전가로 인해 수사 진척이 부진한 상황이다.
◆사건개요지난 15일 발생한 이번 사고는 경기도 성남 신도시 삼평동 SK케미컬연구소 터파기 공사현장에서 북쪽 비탈면 흙과 H팀이 붕괴하면서 벌어졌다.
이로 인해 구조물 위에 있던 컨테이너 사무실이 22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인근 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얼었던 땅이 최근 이상고온으로 녹은 데다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화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K-삼성건설’ 엇갈린 주장SK건설측은 이번 붕괴사고 원인에 대해 당초 삼성건설측이 시공한 상수도관에서 물이 새어 나와 지반이 연약해져 사고가 발생했다며 붕괴 원인의 일부를 전가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서 (현장)담당자를 불러 조사도 했지만, 담당자 역시 상수도관이나 소화전에서 누수로 인해 붕괴가 발생한 한 원인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다”고 잘라말했다.
삼성건설은 SK건설측이 터무늬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경찰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건설 현장 관계자는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소화전까지 파손돼 물이 새어 나왔을 뿐”이라고 SK건설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수사 진척…‘미궁’판교 sk케미칼 연구소 터파기공사장 붕괴사고와 관련, 경찰이 수사착수 이틀만인 지난 17일 관련업체 5곳과 성남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우선 한국토지공사와 SK건설측이 지난해 10월 흙막이벽 붕괴 등을 감안해 흙막이벽과 흙더미 사이에 콘크리트로 차수벽 설치를 애초 계획과 달리 이뤄지지 않았는지에 수사 촛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날 6곳에서 터파기 설계도면 등을 압수해 시공사인 SK건설과 인접도로공사를 맡았던 삼성물산과 토지공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두고 해당 시공사인 SK건설과 인접도로공사를 맡은 건설사인 삼성건설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수사가 미궁에 빠져 있다.
경찰은 또 원인규명을 위해 SK건설과 삼성물산, 은창ENC, 감리회사인 희림종합건축사무소, 도로공사 시행사인 한국토지공사 판교사업단사무소, 성남시청 건축과 등 6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7명을 출국금지 조치 취했다.
◆전문가 입장토목전문가들은 무너진 면이 편마암 단층구조로 쉽게 붕괴될 수 있는 지질이라 어스앵커 설치에 신중을 가해야 했고 복공판으로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자주 드나들어 복공판과 흙막이벽에 지나친 하중을 가해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한 전문가는 “무너진 면이 편마암 단층구조로 단층면이 30~40도 공사장 쪽으로 기울어 있어 쉽게 붕괴될 수 있는 지질이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전문가들은 겨울철 해빙과 강우에 따른 지반약화를 감안해 설계를 해야 하고 사고현장은 흙보다는 바위가 많아 지반약화를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