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호선 주주 교체...‘맥쿼리’ 손떼

운임결정권 민간사업자→‘서울시’로 귀속, 요금 인상 불씨 없애

2013-10-24     이운주 기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폐지, ‘비용보전방식’으로 전환해 실 부족분만 지원

[오마이건설뉴스-이운주기자]서울시는 어제(23일) 지하철9호선 주식 매매에 따라 주주가 새롭게 교체된 서울시메트로9호선(주)과 변경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협상은 크게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간 주식매매 협상, 서울시와 신규 투자자 간 변경실시협약 협상, 신규 투자자와 운영회사 간 관리운영계약 협상 등 3개 분야로 나눠 연계․진행해 왔다.

우선 사업 재구조화에서 가장 크게 바뀌는 부분은 기존 건설․재무투자자가 빠져나가고 2개의 자산운용사와 교보생명·한화생명·흥국생명 등 재무투자자 11개사가 참여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화자산운용(주)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주)가 신규 투자자들의 자산을 관리하게 된다. 9호선 1단계구간 건설을 모두 마친 현대로템 등 7개 건설출자자들은 주식을 모두 매각해 9호선 운영에서 물러나고, 재무투자자중 맥쿼리와 중소기업은행도 주식을 매각해 9호선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다음으로 작년처럼 사업자가 아무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운임 인상을 고지해 시민에게 혼란을 주는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하철9호선 운임 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서울시’로 귀속시켜, 지속적인 요금 인상의 불씨를 없앴다.

특히 그간 지하철9호선 운영에 큰 걸림돌이 되어 왔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지급을 폐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사업 운영비용을 실제 사업수입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비용보전방식’으로 전환된다.

지하철9호선은 ‘정부고시사업’으로 2005년 5월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라 예상운임수입에 미달할 경우 MRG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으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838억원을 지원했다. ‘비용보전방식’은 매 분기별 관리운영권 가치에 대한 상각액․이자액(이율 4.86%)․운영비용을 합한 금액에서 9호선 운영에 따른 운임수입․부속사업 수입 등을 합한 금액을 뺀 나머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관리운영권 가치는 매 분기별로 균등 상각해 2039년에는 0원이 되고, 이자 또한 매년 줄어들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 재정 부담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 밖에도 서울시는 9호선 개통 이후 지난 4년 간의 경험을 토대로 협약서 상의 관리운영비를 기존 협약에서 정했던 수준보다 10% 줄이고, 30년 간 변경할 수 없게 되어 있던 운영비용을 5년 단위로 재검토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당초 실시협약에서는 협약이 종료될 때까지 ‘세후 실질사업수익률 8.9%(경상 13%대 수준)’로 고정되어 있었던 사업수익률을 이번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고정수익률과 변동수익률을 합한 ‘경상수익률 4.86%’로 조정해 금리변동으로 인한 위험요인을 줄였다.

시는 기준사업수익률 4.86%는 BTL 민자사업 수익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존 세후 실질사업수익률 8.9%(경상수익률 13%대)에 비하면 파격적인 수준으로 인하된 것이며, 최근 유사한 재구조화 사례와 비교했을 때에도 결코 불리하지 않은 수익률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기존 주주와 신규 투자자들은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출자금과 대출금의 원금․이자, 조기상환수수료, 운영실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서울시가 제시한 조건을 참고하여 관리운영권 가치를 ‘7,464억원’으로 최종 합의했다.

서울시는 이번 9호선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모델을 통해 민간사업자 수익률을 대폭 인하함에 따라 향후 26년 간 지급해야 했던 재정보조금을 5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낮춰, 3조원 이상의 재정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 재구조화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1천억원 규모의 채권형 ‘시민펀드’를 도입해 지하철9호선 문제를 시민과 함께 풀어나가기로 했다. 시민펀드는 4․5․6․7년 짜리 장기 확정채권을 각 250억원 씩 발행하며, 1인 당 2천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고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4.3%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다.

시민펀드는 다음달 13일부터 9일까지 7일 간 신한은행 등 서울 소재 금융기관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펀드는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서울시 주인인 시민의 힘으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시와 시민이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또 “이로써 은평뉴타운 미분양아파트, 세빛둥둥섬 등에 이어 시정 난제 중 하나로 꼽혔던 9호선 문제가 해결되고, 정상화 됐다”며 “민자 사업은 한정된 시 재정 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만큼, 이번 9호선 ‘서울형 민자사업 혁신모델’을 향후 민자사업의 기준으로 삼아 시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