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의 직할시공,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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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공사의 직할시공,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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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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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에서는 향후 10년간 서민용 주택 150만 가구 건설한다는 목표 아래 ‘보금자리주택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중·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위하여 15% 이상 분양가를 인하하여 공급할 계획인데, 정부에서는 분양가를 인하하는 방안으로서 종합건설업체를 배제한 채 대한주택공사로 하여금 직접 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개정 법률안에서는 대한주택공사의 직접 시공을 저해하는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 면허 취득이나 분할 계약을 허용하는 등 건설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주택공사의 보유 인력 가운데, 공정이나 비용, 안전, 환경, 품질관리 등 현장관리에 경험이나 자격이 있는 인력은 매우 적다.
따라서 현장관리의 상당 부분을 영세한 CM(건설사업관리) 업체에 위탁하거나, 임시직 현장 기술자에게 위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않으면, 하자보수인력을 포함하여 수 많은 기술인력을 대한주택공사에서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이는 공기업의 효율화에 역행하는 처사로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수십년간 아파트를 시공해 온 건설회사를 배제한 채, 무려 150만호나 되는 아파트를 단순히 경비 절감을 목적으로(비용 절감도 되지 않지만) 직접 시공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이러한 물량은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량의 30%를 넘는 규모이다.
더구나 최근 아파트는 초고층이 일반화되고 있어 구조계산이나 공사중의 안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의 부실시공이 우려되며, 민원과 하자 증대로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히려 분양원가 상승 대한주택공사에서는 보금자리주택을 직접 시공하는 이유로서, 시공비 절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한주택공사에서는 공사비를 거의 시공 원가에 근접하여 건설사에게 도급하여 왔으며, 최저가 낙찰제를 시행하고 있어 적자 시공을 감내하고 있는 건설회사가 많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시공비를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절감하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더구나, 일반건설업체를 제외할 경우, 건설사업관리(CM) 용역업체를 활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공사 원가의 4~5%에 해당하며, 직접 시공을 위하여 토공사나 철근콘크리트공사업 등과 같이 전문 공종별로 입찰하게 되면, 도급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설비공사나 폐기물 처리용역의 분리 발주 등을 통해서 이미 검증되었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경험한 사례이다.
또한, 입찰 건수가 증가하고, 대량의 지급 자재를 구매·공급해야 하므로 일반관리비나 발주자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증가하게 되고, 민원처리비나 하자처리비용도 직접 부담할 수 있다.
즉, 분양 원가가 낮아지기 보다는 오히려 현재보다 상승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분양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 비용이나 자재 비용을 절약하거나, 공업화 주택 등을 통하여 분양 원가를 절감하려는 노력은 등한시 한 채, 단순히 시공비만 절감하려는 의도는 부실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공공기관의 역할에 충실해야흔히 대한주택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저가(低價)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일반건설업체보다 원가경쟁력이 낮은데, 그 이유는 주공이 포함된 3단계의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생산 단계를 줄여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원가를 낮추려면, 대한주택공사-일반건설업체-전문건설업체로 형성된 생산 체계에서 대한주택공사를 제외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선택이다.
즉, 주공의 기능을 민간에 이양하여 건설업체에서 계획, 설계, 시공하여 보금자리주택을 보급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큰 폭의 분양원가 절감이 가능할 수 있다.
사실, 대한주택공사가 직접 시공을 하겠다는 발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부의 속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주공은 최근 한국토지공사와 합병을 시도하면서 상당한 잉여 인력이 발생할 전망인데, 보금자리주택의 직접 시공이란 편법을 통하여 이러한 잉여인력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나아가 기획, 설계, 시공, 하자보수 및 유지관리까지 관여함으로써 거대 공룡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전 세계 어느 국가를 보더라도 공공기관에서 주택 시장에 뛰어들어 직접 시공하고, 유지관리까지 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작은 정부’의 실현과 공공 기능의 민간 이양이라는 시대 흐름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대한주택공사에서는 건설회사 영역에 침범하려는 초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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